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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조방낙지

2021.08.05

박상욱가정의원 박상욱 닥터의 구 조방낙지

부산 시민의 추억과 함께 해 온 조방낙지

저렴한 낙곱새의 놀라운 반전

주변 직장인들의 참새방앗간

박상욱가정의원 박상욱 닥터의 구 조방낙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음식이 있다.‘조방낙지’는 부산의 근현대사를 함께 해 온 토속·서민 음식이다. 구 조방낙지에서 그 맛의 깊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051-558-0295
부산시 동래구 명륜로94번길 39
낙지볶음 9000원, 곱창전골 1만원, 낙새·낙곱·낙곱새 각 9000원, 산낙지회 3만원
부산 시민의 추억과 함께 해 온 조방낙지
일제강점기인 1917년 부산시 동구 범일동에 한국 최초의 기계제 면 방적 회사인 ‘조선방직’이 들어선다. 조선방직은 부산 지역의 제조업 시대를 연 선구자로 해방 이후에도 건재하다가 몇 차례 부침을 거듭한 끝에 1969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부산의 향토 음식인 ‘조방낙지’는 이 조선방직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1963년 조선방직 근처인 범일동 일대에서 처음 등장한 낙지 요리가 점점 유명해지자 사람들은 이를 ‘조방낙지’라 불렀다. 당면을 넣고 국물이 자작하도록 볶은 낙지 요리를 대접에 덜어 밥과 함께 비벼 먹거나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기도 하는 서민 음식이 조방낙지다. 조선방직이 사라진 후 낙지 요리는 부산 각 처로 퍼져 나갔는데, 하나같이 ‘조방낙지’라는 이름을 달고 영업했다. 동래구의 ‘구 조방낙지’도 그중 한 곳이다. 팔순의 이해미자 할머니는 젊은 시절 조선방직 근처 낙지골목에서 일하다 이곳에 식당을 열면서 간판을 ‘구 조방낙지’라고 내걸었다. 그 세월이 벌써 45년을 훌쩍 넘겼다. 지금은 아들 노원종 씨가 맡아 운영한다.
저렴한 낙곱새의 놀라운 반전
구 조방낙지는 외관부터 무척 서민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다. 그래서 누구라도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식당 외관이 평범하고 음식값도 싸지만 구 조방낙지 이해미자 할머니는 꽤 유명인이다. 방송도 여러 번 탔고 단골이 워낙 많다. 언젠가 뉴질랜드로 여행을 갔을 때 거기서 누가 “아이고~ 저기 동래 낙지할매 오셨네”라며 알아보고 반가워했다니 인기가 월드스타급이다. 메뉴판에 적힌 가격을 보니 1만 원 넘는 음식이 거의 없다. 손님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메뉴는 낙곱새. 전남 무안에서 공수한 산낙지와 국내산 한우 곱창에 새우까지 들어가는 ‘낙곱새’가 공깃밥을 포함해서 1인 9000원. 실화인가 싶다. 음식 맛은 어떨까? 반세기 넘는 긴 세월 동안 부산 시민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 온 맛이 궁금해 욕심껏 한 숟가락 떠먹으니 단박에 알겠다. 맵고 달콤하면서도 해산물과 곱창의 절묘한 어우러짐이 기가 막히다.
주변 직장인들의 참새방앗간
깍둑썰기한 무 두 조각과 당근 한 조각이 든 동치밋국이 입 안을 리셋하여 낙곱새를 먹을 때마다 그 맛이 새롭다. 낙곱새를 양껏 얹은 밥그릇이 순식간에 비워진다. 옛날엔 기본이 2인분이었는데, 요즘은 혼밥족이 워낙 많아서 1인분짜리 메뉴도 만들었다. 맛있고 가격 부담 없는 구 조방낙지는 주변 직장인들에게는 참새방앗간 같은 곳. 점심때는 100명쯤 들어가는 식당에 빈자리가 없다. 이해미자 할머니는 집에 있으면 온몸 여기저기가 쑤시지만 식당에만 나오면 아픈 곳 없이 재미있다며 환하게 웃는다.